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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3(일) 18:22
‘안아줘야지’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3년 11월 14일(화) 00:00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황매산 억새평원을 걸었다. 은빛 물결과 푸른 하늘이 맞닿은 언덕 위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어 하늘길을 걷는 듯하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스쳐도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두둥실 구름 위를 걷는다.
억새평원을 걷다 보니 방탄소년단의 RM의 뮤비 장소 앞에서 인증삿을 남기고, 미스터 션샤인이 촬영되었다는 바위에 앉아 너른 억새평원을 바라보니 천하를 얻은 것 같다.
황매산 억새 평원은 ‘연인’ 드라마 주인공 길채와 장현의 헤어지는 장면을 담은 곳이다. 동행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억새밭을 걸으니 어느덧 반대편 정상에 올라와 있다.
‘연인’은 병자호란이 배경인 드라마다. 아픈 역사의 스토리지만 아름다운 서사가 펼쳐져 시청자의 관심이 높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드라마다.
그동안 병자호란은 역사극이 중심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에서는 임금과 신하가 말싸움 전쟁을 치루고 있을 때, 민초의 아픔과 한이 그려진 드라마였다면 연인은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아야만 했던 백성과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남녀의 아름다운 이별과 만남의 장면에서 이어지는 서사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인 드라마에서 대표적인 서사는 장현이 길채에게 하는 대사로 장현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길채에게 원망이 섞인 “정말 밉군”은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연인 드라마는 병자호란을 겪으며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백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을 겪으며 여성의 삶은 더 피폐했다. 연인 17회 명대사는 길채가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한 후, 오랑캐에게 욕을 보였다며 가족에게 흠이 되고 싶지 않아 집을 떠나는 길채를 보며 그 시절, 고통과 치욕을 겪으며 살았던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을 멈출 수 없다.
장현은 길채가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장현이 “그 무엇이든 난 길채면 돼” 라는 말에 길채는 “허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그때 장현은 다정한 목소리로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 라며 조용히 안아준다. 연인의 가장 아픈 슬픔과 상처를 보듬어 주는 치유의 대사는 시청자도 함께 울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추위로 억새평원에서 바람결에 휘날리는 억새의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손이 차가울 정도다.
차가운 손을 주머니에 넣고 억새들판을 걷는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시린 가슴은 안고 걷든 이 가을이 사랑스럽다.
황매산 억새평원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황금빛 물결이 햇살에 부서진다. 산청에서 올라오는 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별빛 길이다. 어두운 밤에 이 길을 걸었다며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11월이다.
인류는 전염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많은 불안과 어려움이 있었다. 하오의 햇살을 받으며 끝없이 펼쳐지는 억새밭을 걸으며 ‘괜찮아, 괜찮아’ 하며 속삭여 주었다.
어려움을 이기고 내일을 준비하는 이에게 ‘괜찮아, 괜찮아’ 속삭임은 나를 위한 노래인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어오는 길목에서 조용필의 ‘바람이 전하는 말’을 불러본다. ‘바람이 불어오면 귀 기울여봐 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 갔으니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거야.’ 위로의 노래를 부른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쓸쓸한 계절이다. 이러한 시기에 서로의 아픔을 안아주는 넉넉한 미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올 한해도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며칠 뒷면 수능 시험일이다.
해마다 수능이면 수능 추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몸을 움츠리게 하는 추위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종종종… 서둘러 발걸음을 걷는 사람들의 삶을 보니 올해도 마무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는 따뜻한 국물,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립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안아줘야지’ 차가운 바람 끝에 서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가을날이 된다면 삶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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