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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3(일) 18:22
경험의 소비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3년 11월 21일(화) 00:00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남도에 단풍 구경하기 딱 좋은 시기에 눈이 내렸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져 마지막 남은 잎새는 찬바람과 씨름하고 있다. 남도로 늦가을 단풍을 보러 길을 나선 사람들은 떨구진 않은 단풍나무를 보며 마지막 가을 인사를 한다.
딸이 톡 보내 왔다. 친구가 차 자리 예약했는데 갈 수 없어 다른 사람이라도 가라고 예약권을 보내왔다. 무슨 예약이지 하면서 내용을 보니 차를 다양하게 마실 수 있으며, 차를 내리는 방법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아니 이렇게 쿠폰이 비쌌어.” 깜짝 놀라며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다.
소유를 넘어 경험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Z세대가 많다. 블로그에서는 프랑스 에펠탑이 보이는 카페에서 십이만원하는 소믈리에 경험을 위해 이백만 원짜리 비행기 표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요즘 세대는 경험의 소비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이 2001년도 발간되었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문장이 히트한 이후 20년이 세월이 흐르면서 2020년에 리커버 되어 책이 출판되었다.
이와 상반하여 경험 소비가 현실이 되면서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물건을 사고, 파는 경제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소유를 넘어 경험의 소비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접속을 통한 거래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시대를 건너뛰어 경험의 소비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경험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그 경험을 위해 돈을 투자한다. 경험을 위한 소비는 여행과 참여프로그램이다.
이에 기업은 사람들이 놀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다. “너 그곳에 가 봤어, 너 그것 해 봤어.”라며 만나면 서로의 경험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보니 핫플레이스라고 블로그에 올라온 장소를 검색하거나 경험담을 적어 놓은 블로그를 통해 여행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과 맞물려 복합쇼핑몰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 건물이 밀집한 장소에서 놀이, 쇼핑, 술 한잔하기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이 재탄생되고 있으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카카오톡 기반 웨이팅 서비스를 통해 인원을 관리한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전동 벨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오는 시간에 놀이와 문화를 경험한다. 이를 보더라도 인간은 첨단화될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대별로 놀이 문화가 다르지만, 경험의 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랜만에 만난 L은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어디를 가시나요?” 물음에 아이슬란드라고 하자 떠오르는 단어는 오로라였다.
추운 겨울에 더 추운 장소에 간다는 것은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오로라 한번 보기 위해 몇 시간의 피로를 이겨내고 운동을 하며 몸을 단련하는 L를 보면서 경험의 소비를 위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삶은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사회 심리학자 벤 보벤은 20대에서 60대까지 설문 조사에서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소유 소비와 경험 소비중에 무엇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경험의 구매가 행복했다는 응답은 57%였으며, 소유가 행복해졌다고 답한 사람은 34%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보더라도 경험을 목적으로 한 소비는 소유를 위한 소비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 이는 소유의 행복은 잠시지만 경험의 행복은 더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K가 연로하신 부모님과 여행을 하고 싶은데 좋은 장소를 안내해 주라는 톡을 보내왔다. 그동안 사업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부모와 여행하기 좋은 장소를 추천해주었더니 잘 다녀 왔다는 답을 보내 왔다. 경험의 소비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때문에 그 기쁨이 배가 된다.
이에 삶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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